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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줄 끝의 반려견이 오늘따라 유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거나 훈련에 집중하지 못할 때, 우리는 대개 표정·목소리·동작 같은 눈에 보이는 신호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개에게 세상은 인간보다 훨씬 더 ‘냄새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최근의 실험 연구들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체취 변화가 개에게 단순히 감지되는 수준을 넘어, 모호한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Editorial Note. 이 글은 개가 보호자의 감정을 정확히 ‘진단’하거나 마음을 읽는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현재 연구는 제한된 표본과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인간의 급성 스트레스 관련 냄새를 개가 구별하고, 일부 행동 지표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단계입니다.
먼저 확인된 사실: 사람의 스트레스 냄새는 달라진다
2022년 PLOS ONE에 발표된 Clara Wilson, Kerry Campbell, Zachary Petzel, Catherine Reeve의 연구는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전후의 사람 호흡과 땀 샘플을 개가 구별할 수 있는지 시험했습니다. 36명의 참가자가 정신산술 과제를 수행하기 전과 후에 샘플을 제공했고, 연구진은 자기보고와 생리 측정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훈련된 4마리의 개는 총 720회의 판별 시험에서 스트레스 샘플을 평균 93.75%의 정확도로 구별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연구가 “개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증명한 것이 아니라, 급성 스트레스가 호흡과 땀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패턴을 변화시키며 개가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2024년 연구가 한 단계 더 물었다: 냄새가 개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까
2024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Zoe Parr-Cortes, C. T. Müller, L. Talas, M. Mendl, C. Guest, N. J. Rooney의 연구는 질문을 한 단계 확장했습니다. 개가 스트레스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면, 그 냄새가 개의 정서적 상태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연구진은 18마리의 개에게 ‘인지 편향(cognitive bias)’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개들은 특정 위치의 그릇에는 보상이 있고 다른 위치에는 보상이 없다는 것을 먼저 학습한 뒤, 그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놓인 그릇에 접근할지 판단했습니다. 이 과제에서 모호한 자극에 빠르게 접근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낙관적’ 선택, 접근을 주저하는 경향은 보다 위험 회피적인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개가 낯선 사람의 스트레스 냄새에 노출됐을 때, 일부 조건에서 ‘부정적 위치에 가까운’ 모호한 그릇에 접근할 가능성이 낮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위험 회피 행동 또는 더 ‘비관적인’ 반응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이 효과는 모든 모호한 위치와 모든 세션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며, 반복 학습의 영향도 함께 관찰됐습니다. 따라서 한 번의 행동을 보고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개에게 전염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연구 범위를 벗어납니다.
‘스트레스는 리드줄을 타고 내려간다’는 말, 과학적으로는 어디까지 맞을까
훈련 현장에서는 보호자가 긴장하면 개도 긴장한다는 표현이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리드줄의 장력, 보호자의 자세, 시선, 음성, 움직임 같은 시각·촉각·청각 신호가 설명의 중심이었습니다. 최근 연구는 여기에 후각이라는 또 하나의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을 더합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보호자의 냄새만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산책 장소의 소음, 다른 개, 낯선 사람, 기온, 이전 경험, 개의 피로도와 통증, 보호자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동시에 영향을 줍니다. 실험실에서 확인된 후각 효과를 일상 상황에 그대로 1:1로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보호자가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관찰 원칙
첫째, 반려견의 반응이 평소와 다를 때 보호자 자신의 상태도 하나의 환경 변수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병원 방문 때문에 긴장하거나, 산책 중 다른 개를 만날까 걱정하는 상황처럼 보호자의 생리적 긴장이 높은 날에는 개의 행동도 평소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둘째, 개가 주저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불안하다’고 즉시 라벨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속도 감소, 냄새 맡기 증가, 시선 회피, 접근 지연 같은 행동은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반복되는 패턴과 상황을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셋째, 훈련이나 새로운 환경 적응에서는 보호자와 개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 유리합니다. 짧은 세션, 충분한 탐색 시간, 강압 없는 거리 확보, 선택권을 주는 방식은 후각 연구와 별개로 동물복지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PET & HUMAN 관점: 사람의 상태도 반려견의 ‘환경’이다
사람과 반려견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감각 세계에서 살아갑니다. 사람에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체취 변화가 개에게는 의미 있는 환경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Human Life with Pet’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합니다.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할 때 개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의 상태와 맥락도 기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PET BRIDGE와 같은 장기 관찰 시스템에서도 이 원칙은 유용합니다. 영상 속 행동 변화만 단독으로 해석하기보다 촬영 상황, 시간대, 산책·훈련 맥락, 보호자가 기록한 이벤트와 함께 보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이런 데이터는 진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변화’를 더 정확한 맥락에서 되돌아보게 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결론
개는 사람의 급성 스트레스 전후에 달라진 호흡·땀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실험적 근거가 있습니다. 또한 제한된 실험에서는 낯선 사람의 스트레스 냄새가 개의 모호한 상황 판단과 학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모든 개, 모든 보호자, 모든 상황에 적용하거나 개가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해석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완전히 ‘조용한 존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개에게 사람은 표정과 목소리뿐 아니라 냄새까지 포함한 하나의 복합적인 환경입니다.
References
1. Parr-Cortes Z, Müller CT, Talas L, Mendl M, Guest C, Rooney NJ. The odour of an unfamiliar stressed or relaxed person affects dogs’ responses to a cognitive bias test. Scientific Reports. 2024;14:15843. doi:10.1038/s41598-024-66147-1.
2. Wilson C, Campbell K, Petzel Z, Reeve C. Dogs can discriminate between human baseline and psychological stress condition odours. PLOS ONE. 2022;17(9):e0274143. doi:10.1371/journal.pone.0274143.
과학적 고지: 본 기사는 행동과학 연구를 소개하는 교육 콘텐츠입니다. 개별 반려견의 불안, 스트레스, 통증 또는 행동문제를 진단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행동 변화나 안전 문제가 있다면 수의사 또는 적절한 행동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